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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명리 아저씨

2화. 느리다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

by Argo Navis 2025. 4. 14.

“The first time a word landed where it mattered.”


-Intro

“사람은,
스스로 지쳤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누가 묻는 것도 불편하다.”

Sarah는 요즘
누가 “괜찮아요?”라고 묻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다.


-Scene 1 – 마당에서의 우연

초가을 바람이 얕게 불던 오후,
Sarah는 정원 한쪽 화분을 옮기다
팔목을 삐끗했다.

아주 작은 통증이었지만,
그날따라 묘하게 기운이 빠졌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된 순간.

그때
옆집 쪽 담 너머에서 Kim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Sarah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Kim은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었고,
그늘도 아닌데
왠지 눈이 부신 사람 같았다.

“조심하셔야죠.
가을 바람은…
체온도, 기운도 슬쩍 빼앗아 가니까요.”

그 말은
무슨 의학적인 조언도, 위로도 아닌데
이상하게 Sarah의 가슴 속에 조용히 닿았다.


-Scene 2 – 돌 벤치에서의 짧은 대화

잠시 뒤,
Sarah는 물을 뜨러 갔다가
작은 돌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Kim을 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잔 하나를 더 꺼내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찻잔 두 개.
말은 없었다.
하지만 공기엔
말보다 오래 머무는 느낌이 있었다.

Sarah가 먼저 말했다.

“가끔은요…
아무 일 없는데,
자꾸 숨이 짧아지는 날이 있어요.”

Kim은 고개를 끄덕였다.

“숨이 짧아지는 날은,
마음이 먼저 지친 날이죠.”

Sarah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이 괜찮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Scene 3 – Kim의 말

Sarah는 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었다.

“여기 이사 온 지 오래되셨어요?”

Kim은 머뭇거리다 짧게 말했다.

“시간으로 보면 얼마 안 됐는데…
마음으론 오래 떠나 있었던 것 같아요.”

Sarah는 그 말이
자신에게도 어쩐지 정확히 맞는 것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났다.

“저도요.
여긴 제 집인데,
마음은 계속 딴 데 있던 것 같아요.”

그 순간,
설명도 이름도 없는
작은 공감의 선 하나가 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