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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 혼자 놀기

by Argo Navis 2024. 12. 14.

학문으로는 사주명리학, 한국에서는 사주, 대만에서는 팔자라고 부르는 이 철학은 국가 단위로 봤을 때는

한국, 대만, 일본, 중국에만 존재합니다. 

이 곳 인도네시아 화교들도 BAZI (팔자)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풍수와 결합하여 사업이나 일상생활에서

꽤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주명리가 탄생한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당시 봉건적 잔재 (구사상, 구문화, 구풍속, 구습관)로 분류되어

고서와 문헌들이 대량으로 소각되었으나, 1980년 대 이후 복구되기 시작하여 점차 대중적인 위치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사주명리의 기원을 통계학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명리학이 자연의 조화와 원리, 우주론적 접근,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에 기반한 자연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 엠페도클레스의 4 원소설 (Four Elements Theory)

그리고 스토아 학파의 철학 등은 명리학의 주요 개념과 많은 부분 흡사합니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 철학, 명리학과 같은 고대 철학이 현대 과학, 특히 양자물리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 반대편에 서 있을 것 같은 두 학문은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과 시대는 다르지만,

'세상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물질 세계가 아닌 숨겨진 이면에 서로 얽히고 중첩되어 불확정한 상태로 존재한다'

라는 인간의 직관적 이해를 넘어선 세상의 본질에 다가서 있다는 점에서 큰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 모든 것이 고정된 실체 없이 관계와 변화 속에서 존재한다.' (삼법인),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연기법),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일체유심조)

또한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 양자 얽힘, 관찰자 효과, 다차원 이론 (끈 이론)과도 그 통찰을 같이 합니다.

 

저는 가끔 제 사주와 가까운 지인의 사주를 보며 혼자 놀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조언을 잘 따르는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스스로의 사주를 보며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희망적인 상상을 그리는 것은  

우리의 자아가 무의식적으로 정해 놓은 한계를  헐겁게 만드는데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