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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사님과의 식사

by Argo Navis 2026. 3. 1.

어제 목사님과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겨,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나눈 대화에 대해 써보고자합니다.
미리 말하자면, 저는 기독교에 대해 일반 상식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와 마주 앉은 목사님은 신의 뜻을 전하시는 분이지만,
동시에 신의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이야기를 하셔서 항상 많은 생각의 거리를 주십니다.

혹 교리를 엄격히 지키시는 분들께는 제 글이 다소 낯설거나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삶을 대하는 또 다른 시선으로 너그러이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전날 잠을 설친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대화의 워딩 하나하나가 선명하진 않습니다.
제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재구성한 기록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었으므로 기록에 의미를 가지고자 합니다.

 

1. 명리의 정의

Q : "명리란 한 마디로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까?"
A : "명리란 자연의 원리를 인간에게 대입한 철학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의 정점은 균형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주명리의 원리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질문을 받아왔지만, 정작 명리의 정의를 묻는 질문은 처음이었습니다.
대답을 하기 전에 잠깐 머뭇거려지며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은 누군가에게 듣기 전에 제 스스로가 가장 많이 던지고 되새겨야 할 본질적인 물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명리의 핵심은 천지인에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하늘과 자연, 그리고 타인이라는 '또 다른 나'와 어우러진 거대한 전체의 일부입니다.
그 각각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유기적인 존재입니다.

 

2. 명리에서 인간의 의미
Q : "그렇다면 명리에서는 사람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봅니까?"
A : "하늘의 순수한 기운이 땅으로 내려와 섞이고, 그 기운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인간은 하늘의 도리를 지키고 땅을 딛고 사는 존재들과 조화롭게 살아야합니다."
인간은 하늘의 섭리 아래에서, 땅을 딛고 사는 생명들과 조화롭게 공명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거대한 자연의 이치와 운명의 흐름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의지로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자들의 기도가 향하는 창과 명리의 시선이 바라보는 창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 있지만,
그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생각보다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존재 앞에 인간이 가져야 할 겸손함, 그리고 그 안에서도 끝내 잃지 말아야 할
스스로의 의지라는 모습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하늘이 내린 계절 (운명)을 인간이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계절에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마음으로 밭을 일굴지는 오직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명리가 가르쳐준 균형이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앞에 무릎 꿇는 나약함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가장 나답게 빚어내려는 노력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귀하게 여기고 사랑할 것인가"
명리를 공부할수록 제가 마주하는 것은 길흉화복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겸허하고, 감사하고,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습니다.